<서장훈의 버스킹>
저는 말하는대로라는 프로그램을 굉장히 즐겨보고 있는데요. 처음에 나와달라고 했을 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왜냐면 사실 요즘 시대가 젊은 분들한테 꿈, 희망, 이런 걸 정말 계속 얘기하고 사실 그런 흐름이 좀 많잖아요. 저는 그런 얘기를 원래 잘 하지도 못할 뿐더러 저의 평소 생각은 말로만 '응원한다. 힘내라'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저는 오늘 꿈, 희망 이런 얘기는 안 드리려고 해요. 따뜻한 얘기가 아닐 수도 있어요.
저는 사실 전 국가대표 농구선수예요. 알고 계시..죠?! 한국 프로농구 사상 가장 골을 많이 넣은 사람이에요.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 중에. 그것도 압도적으로!!! 그래서 건물을 샀어요. 지금까지 제가 넣은 점수를 정확히 모르겠는데 한국 선수 중 최다구요. 13천점이 조금 넘어요.(통산 13,231 득점 기록)
제가 프로선수 생활을 15년 했거든요. 15년 동안 매일! 20점씩 넣으면 그렇게 되요. 일반적으로 평균 20점 득점이란 굉장히 칭찬받아 마땅한 점수인데 제 선수 생활 동안 매일! 20점씩을 한거죠. 첫 날부터 그만두는 날까지...제가 압도적으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점수를 많이 냈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저를 알게 됐고 덕분에 지금 방송도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렇게까지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정말.
어릴 적 농구를 선택한 순간부터 제 인생의 꿈은 오로지 한 가지였어요. 정말 압도적인!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선수가 되는 것!! 그냥 1등이 아니라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제가 가장 노력하고 연습 많이 했다고는 얘기 못해요. 근데 아마 다른 사람에겐 없었던 것 저는 끊임없이 제 스스로 '아 왜! 그것밖에 못 했을까?'라고 정말 냉정하게 제 자신을 평가했어요.
현역 선수 시절 보통 20점 정도 하면 기사에 나요. 오늘의 수훈선수, 잘했다고 칭찬하고 하죠. 15년동안 단 한번도, 시합이 끝나고 들어가서 거기에 만족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주위의 칭찬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경기가 끝난 후에는 엄청나게 후회했어요. 아까 저런 바보 같은 짓을 안 했으며 20점이 아니라 30점, 40점을 넣을 수 있는 건데 '아, 나 왜 저것밖에 못 했을까?'라고 밤에 비디오를 계속 돌려보면서 늘 반성을 했어요. 매 시합마다 혼자만의 전쟁을 하는 것처럼 굉장히 치열하게 살았고 혼자 있는 공간에서 스스로 끊임없이 자책했어요.
얼마만큼의 점수를 내든 스스로에 대해 혹독한 기준을 세우고 언제나 반성했어요. 그런 생각을 끊임없이 해왔어요. '다시는 오늘 한 바보같은 짓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제 농구인생이 그렇게 즐겁고,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니었어요.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결벽' 그게 다 그때 생긴거에요. 왜 생겼냐! 그렇게까지 잘하고 싶다면 전쟁에 나가는 장수의 심정처럼 경기전 방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깨끗하게 씻고 마치 구도자의 자세로 경기를 신성시했어요. 그런 것들이 점점 커져서 저한테 '결벽'이 된거죠. 아직도 제가 그러고 있는데 은퇴해서도 모두 다 거기서 비롯된 거에요.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같은 시간에 밥을 먹고 같은 시간에 화장실에 가고, 씻고 그런자세로 경기를 갔어요.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어요. 간절하게!! 지면 옷을 버렸어요. 그 유니폼은 다시 안 입었어요. 이상한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어요. 또 질까봐 겁나서...자유투라고 아시죠? 슛을 쏘기 전에 공을 세번 튕겨봤는데 그게 들어갔어요. 그때부터 안들어갈때까지 계속 세번만 튕겼어요. 그러다 한번 안 들어가면 다른 숫자 이번엔 일곱번, 쏠때마다 일곱번. 안 들어가면 또 다른 숫자. 나도 알아요 말 같지도 않은 얘긴데...그렇게라도 넣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했어요.
은퇴하던 날 앞으로 평생을 후회하면서 살 것 같다는 얘길 했어요. 제가 조금 더 몸 관리를 잘 하고, 조금더 노력하고 술을 조금 덜 먹고 그랬다면 만삼천점이 아니라 이만점도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후회가 너무 밀려와요. 이제 더 하고 싶어도 못 하니까. 은퇴후 TV농구 중계를 볼때면 옛날에 몸 좋고, 젊고 이럴 때 좀더 잘 할 걸 그래서 즐겁게 못 봐요! 은퇴를 한지 벌써 이제4년인데도..
2013년 3월 19일 그의 마지막 경기가 있던 날 했던 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여러분의 큰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
여러분들이 모두 다 이런 생각으로 살 필요는 전혀 없어요
사람마다 자기의 목표나 행복의 기준이 다 다르잖아요. 그러나 자기가 어떤 일을 하든지, 본인이 하는 일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 보겠다. 자기분야에서 장인, 최고가 돼보겠다면 제 얘기가 조금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자신의 '꿈'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한없이 냉정해져야 한다고 믿어요. 제 경험을 통해서 아무리 옆에서 누가 "그 정도면 충분해"라고 말 해준다고 해도 이걸로 만족한다라고 하면 발전이 없어요. 히딩크 감독이 남겼던 'I am still hungry' 계속 배가 고프고, 계속 무언가를 갈구해야만 더 '스텝업'이 된다고 생각해요.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라는 말 많이 하잖아요. 샴페인은 오래 오래 두면 가치가 더 뜁니다. 그러니 샴페인 따는 건 조금 아껴놓고 오늘 제목이 "냉정과 열정 사이"라고 했잖아요. 여러분들이 갖고 계신 열정은 그대로 두시되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는 정말 냉정하고 박하게, 자신의 목표에 좀더 쉽게 도달할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여러분께 주제 넘게 이런 말씀을 좀 드렸습니다.
<시민들의 질문에 대한 답>
칭찬에 목막랐을 때 없냐는 질물에 어릴때 그랬어요. 처음에 농구를 정말 너무 못해가지고 그만두려고 했거든요. 하지만 유망주가 되고 난 이후부터는 칭찬에 도취된다거나 이런 일은 없었던 듯 해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진짜 한 번을 행복하게 못 살았어요. 지금은 그럼 어떻게 사느냐 최근 시작한 '예능' 처음에는 그냥 했어요. 별 생각없이 시작했어요. 아 이것도 내가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저 뒤에 스태프분들 계시잖아요. 이분들에겐 전쟁이에요. 내가 농구 했던 것 같이...이분들에게는 이게 이분들의 전쟁이거든요. 근데 거기에 참여한 사람이 어차피 잠깐 나왔다 들어가면 되니까 이런 생각으로 한다는 게 너무 죄송했어요. 근데 조금 달라요. 농구랑은. 그래도 마음은 조금 편해요. 농구할 때보다는!!
연애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에 대해서 제가 뭐 이런 얘기를 하고 있을 자격이 있나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냉정하게 조언 안 해도 되고 말만 바꾸면 돼요. 열등감이 아니라 동기부여라고 생각하면 돼요! 좋은 목표가 생겼잖아요.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나도 조만간 저 친구들처럼 해봐야겠다. 생각하면 간단해요. 굉장히 생각이 달라지거든요. 오늘 이야기 들어주시느라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추가이야기>
서장훈의 첫 골 :가비지 타임에 후보 중의 후보였던 저를 넣었어요. 그때 저랑 같이 뛰던 굉장히 잘하는 선배가 '야 하나 넣어라'하고 줬어요. 아무도 관심 없었던 첫 골, 근데 그날 진짜 집에 가서 가슴이 두근대가지고 잠을 못 잤어요. 그 느낌을 아직도 기억해요. 그 가슴의 두근거림!
서장훈의 마지막골 : 은퇴 경기날 무릎이 너무 아파서 제대로 뛸 수 없었던 컨디션이었어요. 선수는 알아요, 슛을 던질 때 손에서 뜨면, 이게 들어가는지 아닌지 던졌는데 안 들어갔어. 생각하고 있는데 삐뚤게 가는게 골이 들어가는 거에요. 뭔가에 이끌리듯 들어가던 슛...그래서 그날 제가 그 해 중에 제일 많은 33점을 넣었어요. 근데 진짜 그 생각이 들더라구요. 끝나고 나서 '너 마지막 날은 좀 멋있게 하늘의 선물 같았던 마지막 경기'였어요.
<수기의 느낀점>
내가 6학년때부터 이상민을 엄청 좋아했었다. 이상민 때문에 연대를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대전현대에 있을때는 카이스트를 가야하나 생각했었다. 어느날 언니가 잘생긴 농구선수가 있다며 보라고 해서 봤는데 언니가 이야기한 사람은 우지원이었는데 그 순간 가로채기를 멋지게 한 이상민에 푹 빠져서 나의 사춘기 학창시절을 다 보냈다. 내눈에는 한동안은 코트위의 10명의 선수 중 이상민 밖에는 안 보였었다. 그리고 언제부터가 다른 선수들이 보였는데 서장훈을 엄청 싫어했다. 너무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고...내가 보기에 너무 불편했다. 이상민도 경기를 앞두고 물론 예민하다. 그리고 웃는 모습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민하고는 뭔가 달랐다. 단지 외모차이인가....솔직히 잘 모르겠다.
서장훈은 늘 싫어했는데 언제부턴가 예능에 나와서 처음에는 안 봤다. 보고 싶지 않았다. 예전의 보고 있음면 불편한 느낌이 남아 여전히 싫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김구라와 장난으로 하는 이야기, 미우새에서 어머니들과 하는 이야기를 보고 서장훈이 재밌어졌다. 그리고 매력을 느꼈다. 이제야 보고 있는데 좀 편해진 것이다.
이 방송을 보고 서장훈을 존경하게 되었다. 나는 사람이 본인이 이룰수 없는 것을 꿈꾸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늘 지레 포기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이정도에 만족하는....서장훈의 표현에 따르면 발전없는 삶을 살아왔다. 내가 상담을 하면서 '욕심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라고 물었을때 상담사가 참 의아하게 나를 쳐다봤었다. 왜냐하면 나는 누가봐도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역량도 되고 생활방식이나 사고나 조금 욕심내어봐도 되는 사람인데 욕심을 없애고 싶다는게 나의 바람이라니...황당했던 것이다.
이 모든게 내가 중학교때부터 영화를 많이 봐서다.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모습이 내 눈에는 그닥 행복해보이지 않았다. 서장훈도 이제는 정말 행복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무언가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며 사는 삶에는 그 순간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있다. 나는 그게 싫었다. 그래서 지금 이 정도에 만족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늘 무언가 허무하고 아쉬웠다. 나는 우리 슬찬이가 실패해도 된다는 것을 알고 꾸준히 도전하는 삶을 살면 좋겠다.
나의 목표는 이제 진짜 행복한 삶이다. 그리고 슬찬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이 삶이, 슬찬이가 울고 통제가 안 되고 짜증날 때도 많고 힘들때도 있지만 정말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그래서 내가 요즘 사람들에게 많이 권한다. 함께 사는 삶을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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