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직전에 교육 중에 부주임님께서 '그 분께 1시간만이라도 돌려드리자'는 말씀을 하셨다. 그 외에 다른 이야기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무신론자였고 도대체 신부님들이 하시는 말씀이 잘 안 와닿았었다. 그러나 내가 선택한 만큼 성당에 다니는 일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이 주일미사 참례라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슬찬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3년정도는 정말 열심히 다녔다. 일주일마다 자기반성을 하고 타인의 평화를 비는 그 행위가 나는 너무 좋았다. 그리고 신부님들께서 강론으로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기에 일종의 인문학강의 듣는 기분으로 미사를 간 듯 하다.
지난달 말에 다시 성당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처음으로 제대로 미사를 다녀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설이어서 부산에 가느라 어쩌다보니 미사를 안 갔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남편은 낚시를 가고 슬찬이와 둘이서 미사를 갈까 말까 고민을 하는데 지갑에 돈이 없었다. 봉헌금이 없다는 핑계로 미사에 가지 않았다. 그때는 내 마음이 참 평화로웠고 슬찬이와 함께 미사를 가봤자 미사를 보는 것도 아니니 추운날씨에 굳이 슬찬이를 데리고 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주말에 이탈리아에서 돌아오셔서 전농동성당에 계신 신부님을 뵈러 오랜만에 세례동기들과 함께 전농동 성당으로 다녀왔다. 그때 남편과 대판 싸웠었고 남편이 낮잠을 자는 틈에 말을 걸기도 싫고 슬찬이가 집에 있어봤자 하루종일 티비만 볼거 같아 슬찬이를 데리고 서울로 다녀왔다. 다행히도 부천에 사는 언니가 있어 언니네 집으로 가서 차를 얻어타고 갔기에 정말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신부님과 3자매들을 만났다. 그날 나 혼자 너무 떠들고 왔는데 나는 솔직히 속이 시원했다. 그동안 이렇게 막 하소연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근데 내 주변에는 다들 살기가 빡빡하다보니 이런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신부님도 나름 고민이 있으실 것이고 3자매들도 마찬가지일건데 나는 이들이 정말 편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도 슬찬이와 함께라 미사를 제대로 드릴수는 없었고 말로는 내가 성당에 2번 빠진게 뭐 그리 죄라고 고해를 해야하냐며 투덜거렸지만 다시 성당에 제대로 나가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미사를 다녀왔다.
지난번 미사때 신이 정말 있는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저 내 마음 편하기 위해서 자기합리화에 능한 내가 그렇게 받아드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후 정말 마음이 편해졌었다. 신의 관점에서 옳은 일을 하자고 생각하니 내가 하는 일에 판단이 쉬워졌다. 그러나 남편과의 관계는 참 쉽지 않았다. 오늘 미사에 가서 깨달았다. 내가 정말 내 마음 편하기 위해서 신을 이용했지 그분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는 것을...그 분은 신이니까 그러셔도 되지 하면 불구경하듯 재밌는 소설을 읽듯 지금껏 복음을 들어왔던 것 같다. 내가 그분을 제대로 단 한순간도 믿어보려 노력한 적이 없던 것이다. 지난번 미사때는 그분이 단지 궁금해졌었다. 그리고 성경을 한번 읽어봐야겠다 정도로 마음을 먹고만 있었지 제대로 실천을 못하고 있었다. 이제 그분의 말씀에 정말 집중해보고 싶어졌다. 물론 행동으로 나오기까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 안다. 그래도 최소한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주고 싶다. 그동안 내가 그분을 믿지 않아서 느낄 수 없었던 그 무조건적인 사랑을 몰라 너무나 힘들었기에 이제는 정말 제대로 배워가며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다.
2017년 2월 19일 연중 제7주일 복음 마태5.38-48
폭력을 포기하여라.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하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 또 너를 재판에 걸어 네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어라. 누가 너에게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거든, 그와 함께 이천 걸음을 가 주어라.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치지 마라."
원수를 사랑하여라.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 너희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자녀가 될 수 있다. 그분께서는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 주신다. 사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이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그것은 세리들도 하지 않느냐? 그리고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한다면, 너희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무엇이겠느냐? 그런 것은 다른 민족 사람들도 하지 않느냐? 그러므로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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