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이 가까워지고 난 후 크게 싸운 적은 없다.
그렇다고 부부관계가 좋아진 것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부천에서나 지금이나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남편과는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방어기제인 회피를 선택했다.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이게 우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남편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성이 엄청 강한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규칙보다는
내가 편하고 좋은게 우선인 사람이다.
이 점이 연애때는 꽤 매력이었고
여전히 슬찬이가 꼭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무리 용납하려해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너무나 기본적이고 사소한 것이라 매번 말하기도 싫은...
그래서 싸움의 거리로 올라오지 않았던 것이다.
오늘 새벽 4시에 잠에서 깨어 놀고 있었다.
4시반쯤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 남편이 계속 말을 한다.
솔직히 술 취한 사람은 개와 같다고 생각하기에
상대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새벽시간 나의 정신과 감각이 너무 깨어있었다.
말끝마다 섞인 속어들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돈을 좀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양주를 마신다느니 룸쌀롱을 간다느니
나의 상식에 걸맞지 않는
늘 마음속에서 인정해주고 싶지 않던 허세들과 오버랩되어
제발 그렇게 말을 하지 말라고 하는 순간
싸움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담배를 피러 나가려는 찰나
1층에 꼭 내려가서 피라고 한 말에 싸움이 계속 이어졌다.
내가 슬찬이 때문에도
누군가에서 죄송하다 하는 순간을 받아드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성인인데 그런 상식조차 지키지 않아
몇번의 당부의 말을 들을 때의 부끄러움은
그것도 하나 컨트롤 못 하나 싶은 자괴감을 불러일으킨 부분이다.
결혼을 해보니
연애때의 장점이 단점이 되는 순간이 많다는 걸
깨달을 때가 많다.
그리고 한동안은 경제력을 꼭 보라 했으나
경제력이 문제가 아니다.
조금은 편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선
가치관이 일치하고
생활패턴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듯 하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다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위해
배려하고 고쳐주려는 노력인 사랑이 존재하냐가
행복한 결혼생활의 전제조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결혼생활 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 절대 싫은건 꼭 표현해야 한다.
쌓아놓지 말고 화가 날 때 화가 남을 제대로 표현해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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