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5세 남자의 일상

수요일에는 YMCA 종일반에서 야외놀이가 있는데 슬찬이의 경우 야외보다 실내를 좋아하고 자기 몸 편한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이다보니 야외수업만 다녀오면 컨디션이 좋지 않다. 나는 슬찬이가 몸이 아픈 것에 너무 예민하지 않은 아이로 자라나길 바란다.

슬찬이의 경우 4개월때 부산에 다녀온 후 처음으로 감기에 걸렸다. 그 이후 조금이라도 아플때마다 바로바로 병원으로 갔다. 최근까지도 나는 슬찬이가 아픈것이 너무 귀찮고 싫었다. 슬찬이가 아프면 안쓰럽다기보다는 내가 귀찮아지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예민해지고 슬찬이는 아픈 것을 무기삼아 징징대는 것이 꼴보기 싫었다.

어제 오랜만에 야외수업을 했고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슬찬이는 원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어제 하원길에 열이 조금 났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안겨 5분정도 자다 깨선 그 이후로는 평소와 비슷하게 잘 놀았다. 밤10시 취침시간이 되었고 안 자려고 버티며 유튜브를 보겠다고 우기는데 나는 자려고 누웠고 슬찬이는 울며 "여기는 내 방이야. 엄마 나가. 엄마 미워"를 계속 반복했다. 그리고 울다 결국엔 본인이 거실로 나갔다.

내가 8살 때쯤 집을 2번 나갔었다. 이유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사랑하는 이불을 안고서 집앞 계단에 앉아 있으니 오빠와 엄마가 왜 거기 있냐며 놀렸던 기억이 난다. 슬찬이를 보다보면 나의 어린시절이 참 많이도 떠오른다. 나는 늘 참았던 아이는 아니다. 단식투쟁을 하고 집을 나가고 나름 내마음대로 살길을 찾으려고 노력했던 거 같다. 그러나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을 알고 현실을 받아드린 것 같다. 내가 8살~9살에 겪은 감정을 슬찬이는 지금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세상이 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드리는 것이 이해하기가 아직은 어려운 나이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받아 드려야 한다. 그저 몸이 조금 불편하다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해줘 하기에는 요즘 사람들이 여유롭지 않다. 본인 스스로 견뎌내야 할 부분도 있다. 그리고 이때 징징댈 것이 아니라 "엄마 오늘은 내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뭘 하고 싶어. 엄마가 이해해주면 좋겠어."라고 말해주길 바란다. 그때 나는 기꺼이 슬찬이의 말대로 따르고 싶다.

어릴때부터 슬찬이의 울음이 무서웠던 나와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께선 슬찬이가 원하는 것을 미리미리 잘 챙겼다. 그러다보니 슬찬이는 울음도 별로 없었고 울음이 시작되려는 찰나에 대부분 해결되었기에 슬찬이에겐 울음이 무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는 울음이나 때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배우는 단계다.

그리고 나도 슬찬이의 울음이나 때에 감정을 투여하지 않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슬찬이가 엄마를 미워해도 늘 곁에서 슬찬이를 보고 있다는 것을. 함께 있지 않아도 늘 슬찬이가 건강하게 행복하게 자라기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슬찬이가 알면 참 좋겠다.

어제 대화 중 "슬찬이가 미워해도 엄마는 슬찬이를 사랑해."라고 말하고 울음이 그친 뒤 "슬찬이도 엄마 사랑하지?"라고 물으니 슬찬이가 보통때는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는데 어제는 "응" 했다가 조금 뒤 "몰라"라고 하는 모습이 참 웃겼다. 슬찬이가 감정적으로 너무 복잡하지 않은 아이로 자라면 좋겠는데 나의 방식들이 슬찬이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아 한번씩 또 고민을 한다.

오늘 아침 약간의 미열에도 슬찬이는 YMCA에 갔고 미리 연락을 해뒀다. 그런데 10시쯤 전화가 왔었는데 못 받고 다시 전화를 하니 슬찬이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징징대면서 오늘 숲에 가는 날이라 그냥 남아 다른 선생님과 책읽고 놀자고 해도 가겠다고 해서 보내도 되겠냐고 연락했었는데 이미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슬찬이가 내가 바라는대로 잘 커주는 것 같아 참 기뻤다. 그리고 오후 종일반 선생님께도 연락해보니 아주 잘 놀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퇴근하고 슬찬이가 원하는대로 맞춰주면서 저녁시간을 보내야겠다.

원래도 돌을 좋아했는데 요즘 유독 나무와 나뭇잎에 관심이 많다. 비가 오는 날이면 꼭 나뭇잎을 주워 물이 많이 고인 곳에 둔다. '나뭇잎배'라고~슬찬이가 주변을 둘러보고 자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으로 자라면 참 좋겠다.

'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팬텀싱어2  (0) 2017.09.03
3~4강 조동사 do  (0) 2017.09.01
[팟빵빵]2강   (0) 2017.08.31
안젤름 그륀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마라'  (0) 2017.08.31
[팟빵]일빵빵 1강  (0) 2017.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