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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블로그시작한지1년

기다림을 배우는 중

나는 요즘 기다림을 배우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사이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내어 도전하는 일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고 그 방식이 나에겐 옳았었다. 그러나 늘 즉각적으로 할일을 찾아내고 쉬지 못하게 되었었다.
아이를 키우며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내 삶을 잘 살면서 여유롭게 기다리는 것이었다. 고작이라고 표현하였지만 내가 가장 못 하는 것이 느긋하게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이었다.
요즘 일요일 오전은 나의 자유시간이다. 그래서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까페에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을 택했다. 어제 영화를 보고 기분이 찝찝했다. 내가 흔히 말하는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엔 열린 마음으로 독립영화를 보는 것이 좋았는데 이제는 굳이 영화조차 그렇게 무겁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영화가 싫어지고 이해하고 싶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 내가 서울에 처음 올라오고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봤던 기억이 났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때 소극장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이 참 신기하고 그들의 마음이 궁금했다. 누가봐도 적자에 생계유지조차 힘들어보이는데 계속 유지하고 있는 그들이 대단해보이면서 그 열정이 부러웠다. 그때 나는 왜 저런 꿈이 없을까에 대한 답과 내 꿈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인내심은 몇편을 보고나서 바닥을 쳤다. 내 기준엔 그 작품들이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10배의 가격차가 나는 뮤지컬 작품들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 곳에서 커튼콜을 보며 배우들의 꿈을 이룬 모습에 같이 행복했었다.
나는 내 자신에게 엄격한만큼 타인들에 대해서도 엄격한 시선을 가졌던 것이다. 나는 그저 노력만 하는 사람들보다 노력해서 잘 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거였다. 내가 그래서 그리도 열심히 살았던 것이다. 뭐든 잘 하고 싶었다. 그게 제대로 사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 와중에 선택하고 책임지고 옳은일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이제 보니 기특하다.
슬찬이와 빈둥대는 시간이 즐겁고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요즘 기다림을 배우고 있다. 이 와중에 괜히 딴생각 말고 보고 싶은 뮤지컬을 챙겨볼 수 있을만큼 돈을 아껴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도 여유가 있다는 반증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저 내가 이렇게 존재하고 지금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여기에 남기고 싶다.